Special Column

⑤ 혁신은
아무나 못한다

방향을 알아도 끝까지 가는 사람은 소수다. 이 글은 그 이유를 네 가지 장벽으로 분해한다. 미리 알면 같은 길을 걸어도 변수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01

왜 혁신은 늘 소수의 선택으로 남는가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용기와 결단으로 혁신을 선택한다. 그럼에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혁신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장벽들이 순서대로 찾아온다는 점이다. 시작할 때 만나는 벽과 성과가 나기 시작할 때 만나는 벽이 다르다.

장벽 01 불확실성과 반대 시작할 때 온다. 참고할 사례가 없고, 주변은 대부분 반대한다.
장벽 02 고독과 소모 진행 중에 온다. 함께 판단할 사람이 없고, 부담은 혼자 감당한다.
장벽 03 기득권의 저항 성과가 나기 시작할 때 온다. 잘될수록 방해가 커진다.
장벽 04 시간의 비대칭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온다. 비용은 지금, 성과는 나중에 온다.
Why It Matters
이 장벽을 미리 알고 있으면 멈추는 대신 대비할 수 있다. 예상한 벽은 좌절이 아니라 과정이 된다.
혁신을 가로막는 장벽

불확실성 · 고독 · 기득권 · 시간, 순서대로 찾아오는 네 개의 벽

02

장벽 1. 불확실성과 주변의 반대

이미 검증된 길을 걷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혁신의 시작에는 참고할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모든 것이 낯설고, 끊임없는 변수와 시행착오가 따라온다. 지금의 선택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고, 언제 성과가 날지도 알 수 없다. 잘못된 판단 하나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흔들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불안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주변에서도 같은 말이 돌아온다.

Voices
“왜 굳이 지금 바꾸려고 하느냐”
“지금 방식도 아직 먹히지 않느냐”
“리스크가 너무 크다”
알아둘 것 · 반대는 당연하다

주변의 반대는 혁신이 틀렸다는 증거가 아니다.

그들이 보는 것은 지금까지의 기준이고, 혁신은 그 기준 밖에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대가 없다면 오히려 이미 남들도 하고 있는 일일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벌어지는 일 : 많은 혁신이 시작 단계에서 멈춘다. 확신을 줄 근거는 없고 반대할 이유는 많다. 그래서 결정을 미루게 되고, 미루는 동안 타이밍이 지나간다.
혁신의 고독

같은 언어로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것

03

장벽 2. 외롭고 고단한 과정

혁신은 본질적으로 고독하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라는 사실은 곧 함께 갈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고독은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01

대화할 상대가 없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도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설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설명해도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02

판단을 나눌 사람이 없다

중요한 갈림길마다 의사결정은 혼자 내려야 한다. 검증해 줄 선례도, 물어볼 전문가도 마땅치 않다.

03

실패의 부담도 혼자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책임은 나눠지지 않는다. 이 무게가 길어지면 판단력 자체가 흐려진다.

Endurance
그래서 혁신은 능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끝까지 버티고 가는 힘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벌어지는 일 : 중도에 방향을 되돌린다. 틀렸다는 증거가 나와서가 아니라, 고단함을 견디는 시간이 길어져서 돌아선다. 대부분의 포기는 실패가 아니라 소진에서 나온다.
기득권의 저항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진짜 저항이 온다

04

장벽 3. 성과가 날수록 커지는 기득권의 저항

험난한 여정을 뚫고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이제 끝인가 싶은 순간에 더 큰 벽이 나타난다. 기득권이다.

용어 설명 · 기득권

기득권이란 지금의 질서에서 이익을 얻고 있는 구조를 말한다.

특정 인물이나 회사만을 뜻하지 않는다. 오래된 관행, 유통 구조, 제도, 업계의 상식까지 포함한다. 이 구조는 새로운 방식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다. 새 방식이 성공할수록 자신의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항은 성과와 함께 커진다. 순서로 보면 이렇다.

단계 01 무시받는다

시작할 때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계 02 비판받는다

성과가 보이기 시작하면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깎아내리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계 03 공격받는다

제도와 관행을 앞세운 압박, 심하면 소송까지. 잘될수록 방해가 커진다.

보이지 않는 시장의 저항
제도와 관행의 벽
설명되지 않는 압력과 방해
이 지점에서 벌어지는 일 : 속도를 잃거나 방향을 수정한다. 내부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목소리가 나오고, 외부에서는 압력이 들어온다. 그 사이에서 원래의 방향이 조금씩 깎여 나간다.
시간의 비대칭

혁신은 언제나 비대칭적이다

05

장벽 4. 당장의 생존 압박과 시간의 차이

혁신은 언제나 비대칭적이다.

The Asymmetry
지금 발생하는 것 비용
혼란
불확실
나중에 오는 것 성과
확신
경쟁우위
이 시간 차이를 견디지 못하면 혁신은 실행 이전에 중단된다.

대부분의 사업자는 당장 다음 달 매출과 다음 분기 현금 흐름을 걱정해야 한다. 그래서 혁신은 늘 “지금은 아니다”라는 말로 미뤄진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느껴지는 그때가 언제인가?

역설적으로, 혁신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 바로 그때다. 여유가 있을 때는 절박함이 없고, 절박할 때는 여유가 없다.

이 지점에서 벌어지는 일 : 계획만 남고 실행이 사라진다. 혁신은 늘 다음 분기로 미뤄진다. 그리고 그 다음 분기에도 똑같은 이유로 다시 미뤄진다.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버틸 수 있는 시점은 이미 지났다

06

그럼에도 나아가야 하는 이유

넘어서기 힘든 장벽들이 가로막더라도 혁신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새로운 도전 없이 버틸 수 있는 시점이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은 점점 힘을 잃고 있고, 과거의 성공은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두 갈래의 선택뿐이다.

선택 A

익숙한 길을 계속 간다

당장은 편하고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대신, 천천히 소모된다.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뒤로 미뤄진 것이다.

선택 B

불확실해도 새 길을 간다

앞의 네 장벽을 모두 마주하게 된다. 대신 그 장벽을 넘은 자리에는 아직 아무도 없다. 경쟁우위는 그 자리에서 만들어진다.

The Choice
안전해 보이는 쪽에도 위험은 있다. 다만 그 위험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07

정리하면

장벽 1. 시작할 때 — 참고할 사례가 없고, 주변은 반대한다.
장벽 2. 진행 중에 — 대화도 판단도 부담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장벽 3. 성과가 날 때 — 잘될수록 기득권의 저항이 커진다.
장벽 4. 처음부터 끝까지 — 비용은 지금, 성과는 나중에 온다.
그래서 혁신은 능력이 아니라 준비와 지구력의 문제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제 장벽은 예상 가능한 것이 되었다. 예상한 벽은 좌절의 이유가 아니라 대비의 대상이다. 어느 구간에서 무엇이 올지 알면, 그때 무너지지 않을 준비를 미리 해 둘 수 있다.

다시 익숙한 길을 걸으며 천천히 소모될 것인가, 불확실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끝까지 갈 것인가. 그 선택에서 용기와 결단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음 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