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은 결과, 읽어야 할 것은 원인
흐름을 읽는 일은 감각이나 직관이 아니다. 이 글은 그것을 세 가지 요소로 분해한다. 끝까지 읽으면 어느 시대에 있든 바람의 방향을 판단하는 기준이 생긴다.
성공하는 혁신은 유행을 쫓아가지 않는다. 이미 눈에 보이는 파도를 따라 뛰어드는 순간, 혁신의 주도권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
파도는 결과이고, 바람은 원인이다.
유행과 트렌드는 이미 만들어진 파도다. 눈에 보인다는 것은 이미 늦었다는 뜻이다. 반대로 바람은 그 파도를 만들어낸 근본 변화이며, 아직 상품이나 서비스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한다.
보이는 것은 결과, 읽어야 할 것은 원인
많은 사람이 “바람을 읽는다”는 말을 막연하고 감각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딱 세 가지만 이해하면 된다.
사람의 구조가 바뀌면 시장의 규칙이 바뀐다
가장 강력하면서도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바로 인구 변화다.
지금 우리는 저출산·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연령별 비중, 남녀 성비, 지역별 인구 분포까지. 이 변화는 예측이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바람이다.
인구가 바뀌면 그 여파는 아래 순서로 번져 나간다.
가구의 크기, 연령대, 사는 지역이 달라진다. 4인 가구 기준이 더 이상 기준이 아니게 된다.
누가 돈을 쓰는지, 얼마나 사는지, 어떤 단위로 사는지가 달라진다.
파는 장소, 포장 단위, 배송 방식까지 바뀐다. 여기까지 오면 이미 파도다.
이 말은 곧, 지금까지 잘 작동하던 비즈니스 모델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내 고객은 1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사람들인가?
인구 구조가 바뀌는 순간, 시장은 반드시 재편된다.
환경이 바뀌면 이전에 없던 문제가 생긴다
환경이 바뀌면, 이전에 없던 문제가 등장한다.
기후 변화는 이제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의 폭염은 점점 길어지고 강해지며, 겨울은 더 짧아지거나 반대로 더 혹독해진다. 이것은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니라 생활 방식 전체를 바꾸는 변수다.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개인적·사회적 문제가 생겨난다. 대표적으로 세 영역이다.
냉난방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달라진다. 언제,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쓸 것인가가 새로운 문제가 된다.
단열, 환기, 습도, 자재까지.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던 조건들이 집을 고르고 고치는 기준으로 올라온다.
온열 질환, 대기질, 감염, 재해 대비. 개인이 스스로 챙겨야 할 위험의 종류 자체가 늘어난다.
“그게 가능할까”를 “이제는 가능하다”로 바꾼다
기술은 앞의 두 바람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 차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 자체를 기술이 새로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래서 기술만 앞세운 상품은 자주 실패한다.
지금까지 해결할 수 없다고 여겼던 문제를 풀 수 있게 만든다. 가능성의 범위 자체를 넓힌다.
즉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그 자체로 사업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풀 수 없다고 여겼던 문제를 현실적인 비즈니스 기회로 바꿔 준다.
인구 · 기후 · 기술이 동시에 얽히는 지점에서 트렌드가 발생한다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각각 따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순서를 알면 판이 보인다. 우리가 뉴스에서 트렌드를 확인할 때, 그 트렌드는 이미 아래의 세 단계를 지나온 뒤다.
인구·기후·기술이 각각 조용히 움직인다. 아직 아무 상품도 나오지 않았다.
두세 개의 변화가 한 지점에서 만나 사람들의 생활에 구체적인 불편을 만든다.
그 불편을 푼 상품이 나오고, 우리는 그것을 트렌드라 부른다. 여기서부터는 후발주자다.
그렇다면 실제로 무엇을 하면 되는가. 진짜 혁신은 아래 세 걸음으로 시작된다.
먼 곳에서 불어오는 세 바람의 흐름을 보며 다가올 시대의 모습을 그려 본다.
그 시대 속에서 사람들이 어떤 불편을 겪게 될지, 어떤 문제를 반복해서 마주하게 될지를 짚어 본다.
아직 아무도 본격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그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이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혁신은 능력 있고 노력하는 사람의 몫이 아니다. 먼저 세상을 읽고, 새로운 규칙에 맞게 움직이는 사람의 몫이다.
지금 종이에 세 줄만 적어 보자. 내 고객의 인구 구조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환경 변화가 그들에게 어떤 불편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기술이 그 불편을 이제 해결 가능하게 만들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