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lumn

③ 성공하는 비즈니스
혁신의 4가지 형태

혁신의 방법은 무수히 많아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성과를 만든 혁신은 네 가지 패턴 안에서 반복된다. 끝까지 읽으면 내 사업이 어느 패턴에 가까운지 판단할 수 있다.

01

혁신은 네 가지 패턴 안에서 반복된다

이 결론에 이르기까지 수백 권의 혁신 관련 서적을 읽고, 국내외에서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해 왔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겉으로는 모두 다른 방식처럼 보이지만, 성과를 만든 혁신은 언제나 일정한 패턴을 따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먼저 네 가지 형태의 전체 지도를 보자. 이후 각 형태를 실제 사례로 하나씩 풀어간다.

형태 01 다르게 해결한다 문제는 그대로 두고, 해결하는 방식이나 고객 관계를 완전히 바꾼다. 기존 모델에 새 기술과 다른 업종을 붙인다.
형태 02 문제를 재정의한다 해결할 문제 자체를 다시 정의해, 지금까지 없던 고객을 만들어낸다.
형태 03 새로 생긴 문제를 푼다 기술과 생활 방식의 변화로 새롭게 생겨난 불편을 가장 먼저 해결한다.
형태 04 집토끼 전략 밖에서 새것을 찾는 대신, 내가 이미 가진 고객과 기술을 더 깊고 넓게 활용한다.
Four Patterns
앞의 셋은 밖으로 넓히는 혁신이고, 마지막 하나는 안으로 깊어지는 혁신이다. 내 사업의 상황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
비즈니스 혁신의 4가지 형태

다르게 해결하기 · 문제 재정의 · 새로 생긴 문제 · 집토끼 전략

02

① 기존 문제를 다르게 해결한다

첫 번째 형태는 고객이 겪는 문제는 그대로 두고, 해결하는 방식이나 고객 관계를 완전히 바꾸는 혁신이다. 이 형태는 늘 세 가지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Formula 기존 비즈니스 모델 + 새로운 기술 + 엉뚱한 분야(이업종)
이미 검증된 것 지금까지 잘 돌아가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
새로 붙일 것 시대 변화로 가능해진 기술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분야
이 셋이 맞물려 고객의 문제를 새롭게 해결할 때 시장의 판이 바뀐다.
Case

웅진코웨이 정수기 렌탈과 코디 제도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다는 문제는 그대로였다. 바뀐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고객 관계였다.

Formula
정수기 제조업 × 금융(렌탈) × 방문 관리 서비스
핵심 하나 : 정수기를 ‘사는 가전’에서 ‘관리받는 서비스’로 바꿨다. 목돈을 내고 사야 했던 가전에 렌탈이라는 금융 구조를 붙여 부담을 없앴고, 코디네이터가 직접 찾아가는 관리 서비스를 붙여 사후 걱정까지 없앴다. 제조업에 금융과 방문 서비스라는 전혀 다른 업종을 결합한 것이다. 그 결과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 시장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Different Solution
상품을 바꾼 것이 아니다. 파는 방식과 관리하는 방식을 바꿔 시장의 규칙을 다시 썼다.
렌탈 서비스와 코디 제도의 결합

제조업에 금융과 방문 관리를 붙이자, 가전이 서비스가 되었다

03

② 문제를 재정의해 새로운 고객을 만든다

두 번째 형태는 해결할 문제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이미 경쟁이 포화된 시장, 스펙 경쟁에 갇힌 시장일수록 강력하게 작동한다.

단계 01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싸운다

업계 전체가 하나의 기준(화질, 정확도, 가격)에 갇혀 소모전을 벌인다.

단계 02 질문을 바꾼다

“어떻게 더 잘 만들까”가 아니라 “고객은 이걸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묻는다.

단계 03 새로운 고객이 생긴다

사는 이유가 달라지면서, 지금까지 사지 않던 사람이 고객이 된다.

TV의 정의를 바꾸다

보는 기기에서 공간을 완성하는 오브제로

Case 01

삼성 TV

TV 시장은 오랫동안 드라마와 뉴스를 보는 기기로 정의되어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화소와 인치 경쟁에 갇혀 있었다.

삼성이 바꾼 것은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어떻게 더 좋은 화질을 만들까”가 아니라, “사람들은 거실에 무엇을 두고 싶어할까”

Formula
TV × 가구 · 인테리어
핵심 하나 : TV를 영상 기기에서 공간을 완성하는 오브제로 바꿨다. 화질과 크기라는 기존 기준으로는 순위 싸움밖에 할 수 없었다. TV를 고급 가구이자 인테리어의 중심 요소로 재정의하자, 화면을 켜지 않은 시간까지 상품의 가치가 되었다. 시장의 경쟁 기준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패션 아이템으로 재정의된 시계

정확한 시간에서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Case 02

스와치

시계 시장 역시 정확한 시간이라는 기능 경쟁에 묶여 있었고, 전자 산업이 앞선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밀리고 있었다.

Formula
시계 × 패션 · 자기표현
핵심 하나 : 시계를 정밀 기계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바꿨다. 더 정확한 시계로 맞서지 않았다. 시계를 사는 이유 자체를 바꾸자, 평생 하나만 사던 물건이 옷과 기분에 따라 여러 개를 갖는 물건이 되었다. 지금은 시계가 패션을 넘어 신분과 취향을 드러내는 요소로까지 확장되어 있다.
Redefinition
두 사례의 공통점은 하나다. 경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경쟁의 기준을 바꿨다.
04

③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제를 해결한다

세 번째 형태는 기술과 생활 방식이 바뀌면서 새롭게 생겨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이다. 없던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곧 없던 시장이 생겼다는 뜻이다.

주거 문화의 변화로 태어난 김치냉장고

장독대가 사라지자, 김치냉장고가 생겼다

Case 01

만도 딤채

아파트 주거 문화가 보편화되며 마당의 장독대가 사라졌다. 그때 지금까지 없던 문제가 생겼다.

Formula
주거 문화의 변화 × 냉각 기술
핵심 하나 : 환경이 바뀌면서 생긴 문제를 가장 먼저 정확히 해결했다. 장독대가 사라지자 김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고 온도 조절이 불안정해졌다. 김치냉장고는 일반 냉장고의 개선품이 아니라, 이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낸 문제를 전용으로 해결한 제품이었다. 그래서 냉장고가 있는 집에도 한 대 더 놓이게 되었다.
패션이 된 작업복

소득이 오르자, 편한 옷이 아니라 입고 싶은 옷이 되었다

Case 02

워크웨어(작업복) 시장

작업복은 오랫동안 편하고 안전하면 그만인 옷이었다. 소득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요구되지 않았다.

Formula
작업복 × 패션 · 개성
핵심 하나 : 고객의 소득이 바뀌자, 옷에 요구하는 것도 바뀌었다. 블루칼라의 소득이 오르면서 작업복 시장의 성격이 달라졌다. 편하면 되는 옷에서 입고 싶고 잘 보이고 싶은 옷으로 기준이 옮겨간 것이다. 이 변화를 먼저 읽고 작업복에 패션과 개성을 결합한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했다.
New Problem
이 형태의 핵심은 기술력이 아니다. 시대 변화가 만들어낸 불편을 남보다 먼저 포착하는 것이다.
05

④ 집토끼 전략

네 번째 형태는 확장보다 심화에 가까운 혁신이다. 밖에서 새것을 찾는 대신,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서 출발한다.

용어 설명 · 집토끼와 산토끼

집토끼는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고, 산토끼는 아직 밖에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비즈니스 전략은 산토끼 전략이었다.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가고, 새로운 기술을 처음부터 만드는 방식이다. 집토끼 전략은 방향이 반대다. 이미 확보한 것을 다시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한다.

산토끼

밖에서 새것을 찾는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시장이 커지던 시절에 유효했던 방식이다.

집토끼

이미 가진 것을 다시 본다

확보한 고객과 축적한 기술을 입체적으로 활용한다. 남들은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을 나는 이미 갖고 있다.

놓치기 쉬운 것 : 집토끼는 고객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집토끼를 고객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집토끼는 두 가지다. 지금까지 만들어 온 고객도 집토끼지만, 지금까지 쌓아 온 기술도 집토끼다.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다면 전략이 두 배로 넓어진다.

집토끼 01

내가 가진 고객

이미 나를 선택해 준 사람들. 이들이 겪는 다른 문제가 곧 다음 시장이다.

집토끼 02

내가 가진 기술

지금까지 축적한 기술과 핵심역량. 이것을 다른 산업에 옮기면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그래서 집토끼 전략은 아래 두 가지 패턴으로 나타난다.

01

고객 집토끼 — 같은 고객에게 다른 아이템을 붙인다

기존 상품 하나로 끝내지 않고, 그 고객이 겪는 다음 문제까지 이어서 해결한다. 여기에는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그 고객이 이미 다른 곳에서 쓰고 있는 것을 내게서 쓰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아직 아무도 주지 않은 것을 새로 만들어 그 고객에게 주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고객 한 명이 나에게 쓰는 범위 자체가 넓어진다.

02

기술 집토끼 — 같은 기술의 응용 분야를 넓힌다

고객은 그대로 두고, 지금까지 쌓은 기술·데이터·운영 노하우를 전혀 다른 산업에 적용한다. 새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기술이 쓰일 곳을 새로 찾는 것이다.

코닝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유리만 만들던 회사가 그 유리 기술을 그대로 통신 산업으로 옮겨 광섬유를 만들었다. 기술은 같았고, 응용 분야만 바뀌었다. 그리고 그 하나가 어마어마한 혁신이 되었다.

Two Home Rabbits
고객 집토끼 : 같은 고객에게 다른 아이템을 준다.
기술 집토끼 : 같은 기술을 다른 산업에 쓴다.

둘 다 출발점은 하나다.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이 전략이 지금 등장한 이유

집토끼 전략은 갑자기 나온 발상이 아니다. 세상의 변화가 이 전략을 만들어냈다. 두 가지 흐름 때문이다.

흐름 01

수축사회

인구 변화로 저출산·저성장이 이어지며 시장의 파이 자체가 줄어든다. 새 고객을 데려오는 비용은 계속 오른다.

흐름 02

빅블러 시대

기술 발달로 산업·업종·제품·서비스의 경계가 무너진다. 은행이 배달을, 제조사가 유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축사회이기 때문에 이미 확보한 고객에게 새로운 먹이를 주게 된다. — 고객 집토끼
수축사회이기 때문에 이미 가진 기술을 다른 쪽으로 응용하게 된다. — 기술 집토끼
빅블러로 업종 간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그 이동이 비로소 가능해졌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새것을 찾는 비용보다, 이미 가진 것을 다시 보는 값이 커진다

두 패턴의 실제 사례

고객 집토끼 — 신한은행의 배달업 진출 : 금융 고객의 생활 영역 안으로 들어갔다.
고객 집토끼 — 현대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 차를 판 뒤의 문제까지 가져왔다.
고객 집토끼 — 무신사의 중고 의류 플랫폼 : 옷을 산 고객이 다음에 겪는 문제를 풀었다.
기술 집토끼 — 코닝의 광섬유 : 유리 기술을 그대로 통신 산업으로 옮겼다.

내 집토끼는 무엇인가?

내가 이미 확보한 고객은 지금 어떤 다른 문제를 겪고 있는가. 그리고 내가 이미 가진 기술은 어느 산업에서 다시 쓰일 수 있는가.

Deeper, Not Wider
이 전략의 핵심은 새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가진 고객과 기술을 다시 보는 것이다.
06

혁신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할 일

네 가지 형태를 알았다면 이제 무엇부터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새로운 사업이나 혁신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유행을 본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눈에 보이는 유행을 쫓는 순간 이미 늦은 것이다.

보이는 것

파도 = 유행

이미 지나간 흐름이 만들어낸 결과다. 눈에 보일 때는 이미 만들어진 뒤라, 쫓아가도 주도권을 잡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것

바람 = 변화의 기류

그 파도를 만들어낸 원인이다. 아직 상품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술·인구·생활의 변화가 여기에 있다.

Quote
아이스하키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퍽이 있는 곳이 아니라, 퍽이 가야 할 곳으로 움직인다.”

공만 쫓아다니는 선수는 경기를 지배할 수 없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파도인가, 바람인가?

경쟁사가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파도다. 아직 아무도 상품으로 만들지 않은 변화라면 그것이 바람이다.

파도가 아닌 바람을 읽는 것

진짜 혁신가는 트렌드를 쫓지 않고,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07

정리하면

형태 1. 문제는 그대로 두고 해결 방식과 고객 관계를 바꾼다. — 코웨이
형태 2. 해결할 문제 자체를 다시 정의한다. — 삼성 TV, 스와치
형태 3. 시대가 새로 만들어낸 문제를 먼저 해결한다. — 딤채, 워크웨어
형태 4. 이미 가진 고객에게 다른 아이템을, 이미 가진 기술을 다른 산업에. — 집토끼 전략
그리고 그 시작은 파도가 아니라 바람을 읽는 것이다.

네 가지 중 무엇이 맞는지는 상황이 정한다. 시장이 포화됐다면 형태 2, 시장 자체가 줄고 있다면 형태 4,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중이라면 형태 3이 먼저 보인다.

진짜 혁신가들은 이미 상식이 된 유행을 쫓지 않았다.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의 기류, 곧 파도를 만들어내는 바람을 먼저 감지했다. 그리고 그 바람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시장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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